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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맹이 단편소설

먼 먼 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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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그옛날 열여섯 이팔이 청춘 어린시절 이바구를 정리해 볼까 합니다

나는 고등학교를 서면에 있는 ㄱ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땐 모두가 그랬듯이 버스나 전차로 등하교를 했다. 전차나 버스는 항시 만원이였다

아마 그때가 6월 초쯤되었을 꺼야 하교길에  전차를 탓는데 그날은 평소보다 엄청 복잡했다. 비좁을 때는 차중앙은 조금 덜하다.

그래서 그날도 비집고 중앙으로 들어섰다.

막 중앙에 자리를 잡고 .휴. 한숨을 토하는 찰나 들커덩 차가 흔들리고 중심을 잃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이처럼 혼잡할 때는 차장이 급제동을 걸어 콩나물 시루 흔들듯이 흔들어 주면 조금 슴돌릴 틈이 생긴다. 그런데 잠시후

으악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내코앞에 한여학생이 나와 어굴을 거의 맞대고 서 있습니다. 이미 가슴은 붙어버렸어요.

고갤 돌려도 전해오는 열기는 어쩔 수없네요.

몸은 이미 움직일 수 없습니다. 움직이면 더욱 이상해 집니다. 하는 수 없이 눈을 감고 숨은 몰아 쉬는 것 밖에 얼굴은 벌써 익어 홍씨가 되어 터지기 직전 입니다. 그렇게 얼마를 왔을까. 동래하는 운전수 아저씨소리가 돌리고 우르러 하차손님이 내리고 나도 내렸다. 창피해 고개를 떨군체 한참을 가다보니 앞서가는 여학생이 차에서 나와 마주섰든 그여학여학생이였습니다.

행여나 나를 볼까. 모자를 푹눌러 섰습니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걸었습니다. 그런데 가는 방향이 같습니다. 저 여학생은 처음 보는데 생각하며 뒷따라 가다가 더욱 놀란것은 우리집 건너편 동네어귀로 들어갔습니다. 우리집은 이층양옥으로 그때는 보기드문 이층집이고 도로변쪽으로는 몇해전  아버지가 줄장미를 심었는데 해마다 장미꽃과 그향내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집은 여학생이 들어선 골목 마즌편에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과 함께 동네에서는 외딴 집이였다. 우리집 남쪽쪽에는 미나리밭이 있고 그앞으로는 모두논이였다. 멀리는 황령산 그리고 동쪽으로는 장산이 보인다.  장미넝쿨로 된 담장을 지나면 현관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마루와 이층방으로 오르는 계단이 오른쪽에 있고 마루를 지나면 식당겸 이모방이고 큰방은 더안쪽에 있다. 나는 이층방을 내방으로 썻다. 길가 쪽은 공부방 안쪽은 침실로 썻다. 일본에서 살다온 아버지는 집의 구조를 일식으로 지운탓에 벽이라는 개념보다는 사방이 창문으로 둘렀다. 그때문에 문만 열면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풍성하게 들어왔는다. 그리고 바닥은 다디미로 부드러웠으나 겨울을 지나기는 마니 힘들었다. 참 그리고 그때까지는 동래에서 해운대가는 길은 지금의 모양이 아니고 십미터폭의 비포장 신작로였다. 그때는 버드나무가 널어선 한가한 시골이나 별다른게 없었다. 마을에는 군데군데 초가도 있었다. 주변소개가 너무 길었나 봅니다. 아무튼 그여학생은 우리동네 친구가 아니었다.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슬금슬금 먼거리를 두고 뒷따라 갔습니다. 그학생이 들어간곳은 길호네집 앞 큰새미앞집 이였다. 내가 알기로는 그긴 동네 같은 또래 정자네 집인데 친척이라도 되는가? 궁금증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후로는 그일도 까마득히 잊고있던 어느날 이침 길가쪽으로 난 창넘어 한여학생이 보였다. 그녀는 차안에서 마주섰든 그녀였였다. 나도 등교가 바쁜탓에 얼른 서둘러 나왔다. 그후로는 그여학생을 거의 매일 볼수가 있었다. 그런데 약간은 후덥지근한 6월 어느날 저녁에 나는 참을 수없는 열병에 몸부림을 쳤다. 그날은 아마도 보름인가 달이 유난히도 밝았다. 온몸이 근질근질하며 사지가 뒤틀렸다. 눈앞에는 오로지 그여학생의 모습만 선명했다. 참고 또 참든 나는 나도 모르게 집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정자네 집으로 갔다. 그때는 시골집들이 그랬듯이집도 대문과 집이 앉은 자리는 꽤 멀었다. 대문앞을 서성이든 나는 그녀를 만나기위해 무언가를 해야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어둠속에서 사랑의 등불이 밝았다. 정지라면 요즈음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지금의 주방 정도 됩니다. 이곳은 방에서 나와 신발을 신고 조리를 하는 곳. 이정지가 어렴풋이 보이고 어둠속에 대충 사물이 보였다. 조선솥이라는 큰가마솥이 보였다. 콩알보다는 조금큰 돌맹이가 내손을 떠났다. 남자가 나와 다리몽둥이가 부러져도 오늘 밤엔 끝장을 봐야겠다. 땡그랑 다행이 정조준이 되었나보다. 조선솥특유의 맑은 음이 밤하늘을 유성처럼 가르고 나는 살쾽이 보다 빠르게 몸을 어둠속으로 숨겼다. 얼마가 지나자 평소 다혈질인 정자가 신발을 반쯤 신은체 질질껄며 문밖으로 나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나에겐 구세주와 같았다. 정자야 이름을 부런다기보다 천만다행이라는 탄성을 토했다. 야 머스마야 와 그라노?  너거 집에 여학생 만날라고. 영순말이가? 가가 영순가? 나는 이름도 모른다. 영순삼춘 나오몬 니 마자 죽는다. 여러소리 말고 영순 좀 불러줘. 조심해라.하는 말을 남기고 정자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한참을 지나 영순이라는 여학생인듯한 모습이 보였다. 오매불망 꿈속에서 그리든 공주님이 현신하셨다. 나도 모르게 꾸벅 절을 했다. 그런데 둘은 오래된 연인처럼 누가 먼저랄것 없이 자연스레 손을 잡고 골목을 빠져나왔다.

아무튼 누군가 볼까 둘은 빠른 걸음으로 동네어귀를 빠져나와 남의 눈을 피해 논두렁길을 밟고 있었다. 다행이 아무도 없었다.

지금의 생각으로는 너무도 감격스러운 나머지 몸둘바를 몰라하는 나의 손을잡아준건 영순이 였든것 같다. 보름달 휘영청 밝은데 약간은 끈적한 초여름밤 논두렁길을 걷는데 개골개골 논두렁안 가득찬 개구리울음소리 벌렁벌렁 가슴 뛰는 열여섯 소년아이 손을 꼭잡은 여자아이 얼핏 훔쳐본 얼굴도빨갛게 달았다. 그렇게 걷든 우리는 논두렁저끝에 서있는 소나무곁으로 갔다. 소나무는 허리높이에 가지가 벌어져 마치 쇼파를 가져놓은것 같았다. 마치 오늘 우리의 만남을 위해 하늘이 준비해둔 것 같다. 자지러지는 개구리울음소리 턱밑까지 차오르고 끈적한 초여름밤 공기와 간혹 논두렁 풀숲을 헤치고 불어오는 솔바람 바람이 밟고 지나는 벼논은 달님의 비단옷 빌려입고 들판에서 춤춘다. 하늘도 질세라 은하수가루를 마구 뿌려댄다. 그보다 더 아름다운 빛은 영순이 두눈동자 동자속에는 은하수가 빤짝였다.  둘은 밤늦도록 서로를 알기 위해 이야길 나누었다. 지금 도리켜 보면 뜻모를 이야기 지만 밤이슬이 흠뻑 젓도록 우리는 함께 있었다. 다음 토요일오후 만나길 약속하며 헤어졌다. 요즈음은 학생들이 사복을 입고 다니지만 그땐 교복외엔 아예 옷이 없었다. 다음 토요일 뭐얼 입고 나갈가 고민하든 중 아버지 셔츠와 체육복 백바지가 입어 보니 안성맞춤이다. 나는 고일때 이미 아버지보다 조금 컷다. 그런데 이렇게 민낯으로 나가면 모두가 알아볼것 이다. 궁리끝에 아버지중절모를 썻다. 푹눌러 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약속장소로 가니 이미 영순은 기다리고있다. 둘은 온천천뚝길로 가기로 했다. 그때는 ㄷ병원을 지나면 사람의 그림자도 구경하기 힘들었다. 그당시 온천천뚝은 조선잔디가 아주 풍성하게 덮고있었다.

온천천 방축길

금은 시멘트로 세운 아파트들이 즐비한 강변이지만 갈대숲으로 우거진 늪이 였였다.. 늦여름 오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둘은 걷고 또 걸어 하이얀 갈꽃이 허들어지게 아롱이는 강뚝에 나란이 앉았다. 우린 해질녁까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저녁노을이 뿕게 물들인 강변 갈꽃마져 붉게 물들어 솔바람에 흔들리든 그순간 이팔청춘들에겐 무슨 말이 필요했습니까! 거저 바람이 말하고 갈잎이 서로를 부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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